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숙주를 조종하는 생존의 대가, '기생충'의 모든 것 (복잡한 생활사, 면역 회피와 행동 조종의 비밀 초정밀 해부) 우리는 세균, 바이러스, 진균과 같은 미생물 병원체들을 탐험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더 크고, 더 복잡하며, 때로는 숙주의 몸과 마음마저 조종하는 가장 교활한 생존의 대가, '기생충(Parasite)'의 놀라운 세계로 들어갑니다. 기생충은 다른 생물(숙주)의 몸 안이나 표면에 살면서, 숙주로부터 영양분을 빼앗아 살아가는 생물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진정한 무서움은 단순히 영양분을 훔치는 것을 넘어섭니다. 성공적인 기생충의 목표는 숙주를 빨리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숙주를 최대한 오래 살려두면서, 그 안에서 안전하게 성장하고, 번식하며, 마침내 자신의 자손을 다른 숙주에게로 퍼뜨리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생충들은 수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섬.. 더보기
두 얼굴의 미생물, '곰팡이와 효모(진균)'의 모든 것 (유익한 발효균에서 기회감염 병원균까지 초정밀 해부) 빵을 부풀게 하는 고마운 '효모(Yeast)', 페니실린이라는 기적의 항생제를 만들어내는 '푸른곰팡이(Mold)', 그리고 숲속의 '버섯'까지. 이들은 모두 식물도 동물도 아닌, '진균(Fungi)'이라는 독립적인 생물 왕국의 일원입니다. 진균은 죽은 동식물을 분해하여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생태계의 가장 위대한 '분해자'이자 '재활용 전문가'입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빵과 술을 빚는 '발효' 과정을 통해 이 진균의 능력을 현명하게 이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진균의 왕국에는 어두운 얼굴도 존재합니다. 우리 발을 괴롭히는 '무좀균', 입안에 하얀 막을 만드는 '칸디다', 그리고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의 폐를 공격하여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아스페르길루스'와 같은 일부 진균은, .. 더보기
[심화 확장판] 암의 최전선, '진화하는 암'의 모든 것 (암의 새로운 특징, 종양 미세환경과 암 대사의 비밀 초정밀 해부) 우리는 이전에 암세포가 '고장 난 가속 페달(종양 유전자)'과 '파괴된 브레이크(종양 억제 유전자)'를 가지고, 6가지 핵심적인 능력(암의 6대 특징)을 획득하여 우리 몸에 반란을 일으키는 과정을 탐험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의 눈부신 연구 발전은, 암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교활하고 복잡한 적임을 드러냈습니다. 암세포는 단순히 무한 증식하는 '불량 세포'의 집단이 아니라, 주변의 정상 세포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우리 몸의 에너지 시스템을 납치하며, 면역계의 감시망을 무력화시키는, 고도로 진화한 '생태계'이자 '사회'를 구축합니다. 2011년, 암 연구의 대가인 더글러스 하나한과 로버트 와인버그는 자신들의 기념비적인 '암의 6대 특징' 논문을 개정하여, 암세포가 획득해야 할 '새.. 더보기
생명과 소멸의 경계, '죽음'의 모든 것 (심폐사에서 뇌사로, 죽음의 정의와 장기 이식의 윤리 초정밀 해부) 인간은 언제 죽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오랫동안 명확해 보였습니다. 심장이 멎고, 숨을 멈추면, 그 사람은 죽은 것입니다. 이것이 수천 년간 인류가 받아들여 온 '심폐사(Cardiopulmonary Death)'라는 전통적인 죽음의 정의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인공호흡기와 같은 생명 유지 장치의 등장은 이 명확했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었습니다. 뇌의 모든 기능이 영구적으로 멈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의 힘으로 심장은 계속 뛰고, 가슴은 계속 오르내리는 새로운 상태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과연 이 상태는 '삶'일까요, 아니면 '죽음'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그리고 윤리적 고뇌의 산물이 바로 '뇌사(Brain Death)'라는 새로운 죽음의 정의입니다. 특히, 심장이나 간과 같.. 더보기
죽음의 병을 뒤집은 기적, '인슐린' 발견의 모든 것 (밴팅과 베스트, 췌장 추출물 실험과 1형 당뇨병 치료의 서막 초정밀 해부)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고, 소변에서는 단내가 나며,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도 몸은 비쩍 말라가다 결국 혼수상태에 빠져 죽음에 이르는 병. 20세기 초까지 '제1형 당뇨병(Type 1 Diabetes)'은 어린 아이들에게 내려지는 끔찍한 사형 선고였습니다. 당시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환자가 죽는 날을 조금 늦추기 위해 거의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기아 요법'뿐이었습니다. 인류는 이 병의 원인이 '췌장(Pancreas)'에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 해결책은 찾지 못한 채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바꾼 것은, 1921년 여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비좁은 연구실에서 시작된 한 젊은 외과의사의 집념과 아이디어였습니다. 정식 연구원도 아니었던 프레더릭 .. 더보기
혈액 응고의 마스터키, '비타민 K'의 모든 것 (헨리크 담의 발견, 혈액 응고 인자 활성화와 신생아 출혈 예방 초정밀 해부) 1929년, 덴마크의 생화학자 헨리크 담(Henrik Dam)은 병아리에게 콜레스테롤이 없는 특수 식단을 먹이는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콜레스테롤과 무관하게, 병아리들의 피부와 근육 곳곳에서 원인 모를 출혈이 발생하며 죽어 나갔던 것입니다. 그는 혹시 뱃사람들을 괴롭혔던 '괴혈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비타민 C를 먹여보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끈질긴 연구 끝에, 그는 이 출혈병이 식단에서 제거된 어떤 '미지의 지용성 물질'의 결핍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미지의 물질은 혈액이 '응고(Koagulation)'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헨리크 담은 이 '응고 비타민'에, 덴마크어 철자를 따라 '비타민 K(Vitamin K)'라는 이름을.. 더보기
보이지 않는 암살자와의 전쟁, '소독법'의 모든 것 (제멜바이스, 리스터와 수술 감염 예방의 위대한 첫걸음 초정밀 해부) 19세기 중반, 마취의 발견으로 외과의사들은 비로소 환자의 비명 없이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의 성공률은 여전히 끔찍할 정도로 낮았습니다. 수술 자체는 성공해도, 환자 대부분이 며칠 내에 상처가 썩어 들어가는 '병원 괴저(hospital gangrene)'나 전신 감염(패혈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의사들은 피고름이 나는 것을 '훌륭한 고름(laudable pus)'이라 부르며, 상처가 치유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라고 착각했습니다. 수술복을 피로 물들이는 것은 외과의사의 명예로운 훈장이었고, 손을 씻는다는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암살자, 즉 '세균'의 정체를 처음으로 의심하고, 인류에게 '손 씻기'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위대한 무기를 안겨준 선구자가 바.. 더보기
고통 없는 수술의 혁명, '마취'의 모든 것 (에테르, 웃음가스와 현대 전신마취의 원리 초정밀 해부) 1846년 이전, 수술실은 비명과 공포가 가득한 '도살장'에 가까웠습니다. 환자는 의식이 뚜렷한 상태에서 건장한 남자들에게 붙들린 채, 톱과 칼이 자신의 살과 뼈를 자르는 끔찍한 고통을 그대로 견뎌내야 했습니다. 당시 외과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교함이 아닌 '속도'였습니다. 환자의 고통을 1초라도 줄이기 위해, 당대 최고의 외과의사는 1분 안에 다리를 절단하는 묘기를 선보여야 했습니다. 이 끔찍한 고통과 쇼크로 인해, 수술 중이나 수술 직후 사망하는 환자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이 잔인한 외과의 역사를 하룻밤 사이에 바꾼 기적, 그것이 바로 '마취(Anesthesia)'의 발견입니다. '감각 없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마취는, 환자를 안전하게 무의식 상태로 만들어, 수술이라는 극심한 침습 .. 더보기
대장암 예방의 골든 스탠더드, '대장내시경'의 모든 것 (장정결, 용종(선종)의 정체와 내시경 절제술의 원리 초정밀 해부) 대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예방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암'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 비밀은, 대부분의 대장암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용종(Polyp)'이라는 작은 양성 종양(암의 씨앗)에서부터 수년(5~10년)에 걸쳐 서서히 자라난다는 특성 때문입니다. 즉, 암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인 이 '용종'을 미리 발견하고 제거하기만 하면, 대장암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진단과 치료(제거)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현대 예방 의학의 가장 위대한 기술이 바로 '대장내시경(Colonoscopy)'입니다. 대장내시경은 끝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길고 유연한 튜브를 이용하여, 의사가 직접 눈으로 1.5미터에 달.. 더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