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교황이자 가장 높은 벽, '갈레노스'의 모든 것 (4체액설의 완성, 동물 해부의 한계와 1500년 암흑기의 원인 초정밀 해부)
히포크라테스가 서양 의학의 '씨앗'을 뿌렸다면, 그 씨앗을 거대한 나무로 키워낸 인물은 바로 고대 로마 시대의 의사 갈레노스(Galen, AD 129~c.216)입니다. 그는 검투사의 주치의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하여 황제의 시의(侍醫)까지 오른, 당대 최고의 외과의사이자 해부학자, 약리학자, 그리고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을 계승하여, 방대한 해부학 및 생리학 지식과 논리적 추론을 결합시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의학 이론을 완성했습니다. 그의 업적은 너무나도 위대하고 방대했기에, 그가 남긴 2만 페이지가 넘는 저술들은 이후 서양과 이슬람 세계에서 1,500년 동안 그 어떤 의심도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인 '의학의 성서(聖書)'가 되었습니다. 의학 교육은 갈레노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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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판] 유전적 다양성의 교차로, '홀리데이 접합'의 모든 것 (상동 재조합, 교차와 유전자 전환의 분자 메커니즘 초정밀 해부)
우리 모두는 부모님으로부터 절반씩의 유전 정보를 물려받지만, 부모님과 똑같지도, 형제자매와 완벽히 같지도 않은 고유한 존재입니다. 이처럼 자손이 부모와 다른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갖게 되는 '유전적 다양성'은, 종(species)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입니다. 그렇다면, 이 유전적 '셔플링(shuffling)'은 우리 세포 속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 비밀의 중심에는, 1964년 영국의 분자생물학자 로빈 홀리데이(Robin Holliday)가 처음 제안한 경이로운 DNA 구조물, 바로 '홀리데이 접합(Holliday Junction)'이 있습니다. 홀리데이 접합은 두 개의 상동 염색체(하나는 아버지, 하나는 어머니에게서 온)가 서로의 팔을 교차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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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르게 경험하는 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모든 것 (신경다양성, 시냅스 과잉연결과 E/I 불균형의 원리 초정밀 해부)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특정 감각에 대한 예민함.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오랫동안 '질병'이나 '결함', 치료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만약, 자폐가 단순히 잘못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운영체제(OS)'가 다를 뿐이라면 어떨까요? 현대 뇌과학과 심리학은 자폐를 '비정상'이 아닌, 인간의 인지적 다양성 중 하나로 이해하는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의 뇌는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다르게 연결된' 뇌입니다. 이들의 뇌는 일반적인 뇌(신경전형인, Neurotypical)가 세상을 '숲'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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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덫에 빠진 뇌, '중독'의 모든 것 (도파민 보상경로, 내성과 금단현상의 신경과학 초정밀 해부)
술, 담배, 마약, 도박, 스마트폰… 우리는 왜 어떤 물질이나 행위에 집착하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요? 오랫동안 사회는 '중독(Addiction)'을 의지가 약하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의 문제로 치부해왔습니다. 하지만 현대 뇌과학은 중독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설계된 우리 뇌의 가장 강력하고 원초적인 '보상 및 동기 부여 회로'가 특정 물질이나 행위에 의해 납치되고, 고장 나고, 영구적으로 재편성되는, 명백한 '만성적인 뇌 질환'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뇌 속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사회적 칭찬을 받는 등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했을 때, 쾌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여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도파민 보상 경로'가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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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숨겨진 지름길, '직관'의 모든 것 (시스템 1 vs. 시스템 2 사고와 무의식적 패턴 인식의 비밀 초정밀 해부)
"왠지 저 길로 가면 안 될 것 같아.", "이 사람, 처음 보는데 믿음이 가.", "답은 모르겠는데, 그냥 3번이 정답 같아."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직관(Intuition)'의 순간들을 경험합니다. 명확한 논리적 근거나 분석 과정 없이, 마치 번개처럼 떠오르는 이 느낌과 판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과연 이것은 신비로운 예지 능력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우연일까요? 현대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은, 직관이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 뇌가 평생에 걸쳐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초고속으로 처리하여 내놓는, 지극히 과학적인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우리의 사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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