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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

보이지 않는 암살자와의 전쟁, '소독법'의 모든 것 (제멜바이스, 리스터와 수술 감염 예방의 위대한 첫걸음 초정밀 해부) 19세기 중반, 마취의 발견으로 외과의사들은 비로소 환자의 비명 없이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의 성공률은 여전히 끔찍할 정도로 낮았습니다. 수술 자체는 성공해도, 환자 대부분이 며칠 내에 상처가 썩어 들어가는 '병원 괴저(hospital gangrene)'나 전신 감염(패혈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의사들은 피고름이 나는 것을 '훌륭한 고름(laudable pus)'이라 부르며, 상처가 치유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라고 착각했습니다. 수술복을 피로 물들이는 것은 외과의사의 명예로운 훈장이었고, 손을 씻는다는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암살자, 즉 '세균'의 정체를 처음으로 의심하고, 인류에게 '손 씻기'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위대한 무기를 안겨준 선구자가 바.. 더보기
고통 없는 수술의 혁명, '마취'의 모든 것 (에테르, 웃음가스와 현대 전신마취의 원리 초정밀 해부) 1846년 이전, 수술실은 비명과 공포가 가득한 '도살장'에 가까웠습니다. 환자는 의식이 뚜렷한 상태에서 건장한 남자들에게 붙들린 채, 톱과 칼이 자신의 살과 뼈를 자르는 끔찍한 고통을 그대로 견뎌내야 했습니다. 당시 외과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교함이 아닌 '속도'였습니다. 환자의 고통을 1초라도 줄이기 위해, 당대 최고의 외과의사는 1분 안에 다리를 절단하는 묘기를 선보여야 했습니다. 이 끔찍한 고통과 쇼크로 인해, 수술 중이나 수술 직후 사망하는 환자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이 잔인한 외과의 역사를 하룻밤 사이에 바꾼 기적, 그것이 바로 '마취(Anesthesia)'의 발견입니다. '감각 없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마취는, 환자를 안전하게 무의식 상태로 만들어, 수술이라는 극심한 침습 .. 더보기
대장암 예방의 골든 스탠더드, '대장내시경'의 모든 것 (장정결, 용종(선종)의 정체와 내시경 절제술의 원리 초정밀 해부) 대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예방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암'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 비밀은, 대부분의 대장암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용종(Polyp)'이라는 작은 양성 종양(암의 씨앗)에서부터 수년(5~10년)에 걸쳐 서서히 자라난다는 특성 때문입니다. 즉, 암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인 이 '용종'을 미리 발견하고 제거하기만 하면, 대장암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진단과 치료(제거)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현대 예방 의학의 가장 위대한 기술이 바로 '대장내시경(Colonoscopy)'입니다. 대장내시경은 끝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길고 유연한 튜브를 이용하여, 의사가 직접 눈으로 1.5미터에 달.. 더보기
좌뇌와 우뇌, 두 명의 자아, '분리뇌'의 모든 것 (뇌량 절제술, 좌우뇌 기능 분화와 의식의 본질 초정밀 해부) "좌뇌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우뇌는 창의적이고 감성적이다." 오늘날 대중문화의 상식이 된 이 말은, 사실 뇌의 두 반구를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 '뇌량(Corpus Callosum)'을 절단하는 과감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는 평소에는 초당 수십억 비트의 정보를 주고받는 이 거대한 신경 고속도로를 통해 완벽하게 통합된 하나의 '의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 다리가 끊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머릿속에 서로 소통할 수 없는 '두 명의 독립된 자아'가 살게 되는 것일까요? 1960년대, 로저 스페리(Roger Sperry)와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는 심각한 뇌전증(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뇌량을 절제한 '분리뇌.. 더보기
기억을 잃어 기억의 비밀을 알려준 남자, '헨리 몰레이슨(H.M.)'의 모든 것 (해마, 기억의 종류와 뇌 기능 연구의 윤리 초정밀 해부) 1953년, 27세의 청년 헨리 몰레이슨(Henry Molaison, 학계에서는 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오랫동안 'H.M.'이라는 약자로 불렀습니다)은 끔찍한 간질 발작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어린 시절 자전거 사고 이후 시작된 발작은 어떤 약으로도 조절되지 않았고, 그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당시로서는 매우 실험적이고 위험한 뇌 수술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의사는 발작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뇌의 깊숙한 곳, 양쪽 측두엽의 안쪽 부분을 절제했습니다. 수술은 간질을 치료하는 데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끔찍했습니다. 수술 후 깨어난 H.M.은 더 이상 '새로운 장기 기억'을 만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수술 직전까지의 과거 기억(어린 시절, 부모님 등)은 대부분 유지했지만, 수.. 더보기
면역계를 파괴하는 역병, 'AIDS'와 HIV의 모든 것 (레트로바이러스의 정체, 21세기 흑사병과 과학의 반격 초정밀 해부) 198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전까지는 매우 드물었던 '주폐포자충 폐렴'과 '카포시 육종'이라는 암에 걸린 젊은 남성 환자들이 연이어 보고되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면역력이 극도로 저하된 장기 이식 환자나 항암 치료 환자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기회 감염(Opportunistic Infection)'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몸의 방어 군대, 즉 면역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것입니다. 이 정체불명의 새로운 질병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 AIDS)'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전 세계는 새로운 흑사병의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미지의 역병의 원인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1983년, 프.. 더보기
생명의 비밀을 푼 위대한 경쟁, 'DNA 이중나선'의 모든 것 (왓슨, 크릭, 프랭클린의 역할과 그 구조의 의미 초정밀 해부) 20세기 중반, 과학계는 생명의 가장 근본적인 수수께끼를 푸는 문턱에 서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미 'DNA(디옥시리보핵산)'가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다음 세대로 복제하여 전달하는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 DNA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내는 것은, 마치 생명의 가장 깊은 비밀이 담긴 암호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 열쇠를 찾기 위해, 전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53년,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하던 젊은 두 과학자, 미국의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영국의 물리학자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네이처'지.. 더보기
세균보다 작은 감염원, '바이러스'의 모든 것 (담배 모자이크병, 이바노프스키와 베이에링크의 실험 초정밀 해부) 19세기 후반,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가 이룩한 '질병의 세균설(Germ Theory)'은 의학계의 확고한 신조가 되었습니다. 모든 전염병의 배후에는 현미경으로 볼 수 있고,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으며, 특수한 필터로 걸러낼 수 있는 '세균(박테리아)'이라는 범인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질병들이 존재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담뱃잎에 얼룩덜룩한 모자이크 무늬를 만들며 농작물을 황폐화시키는 '담배 모자이크병(Tobacco Mosaic Disease)'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병이 전염성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병든 잎을 아무리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도 어떤 세균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미스터리는, 병든 잎의 수액을 '세균 여과.. 더보기
전염병의 범인을 잡는 과학 수사법, '로베르트 코흐'의 모든 것 (코흐의 4원칙, 탄저균, 결핵균 발견과 현대 세균학의 탄생 초정밀 해부) 루이 파스퇴르가 '질병의 세균설'이라는 혁명적인 아이디어로 의학계에 거대한 불을 지폈다면, 독일의 시골 의사였던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1843-1910)는 그 불꽃을 이어받아 전염병이라는 어둠을 체계적으로 불태워버릴 '정교한 화염방사기'를 발명한 인물입니다. 파스퇴르가 위대한 '선각자'이자 '이론가'였다면, 코흐는 집요한 실험과 엄격한 논리로 이론을 현실로 증명해낸 '실증주의자'이자 '현대 세균학의 아버지'였습니다. 19세기 후반, 인류는 여전히 탄저병, 결핵, 콜레라와 같은 무서운 전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특정 미생물이 질병의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수많은 미생물들 중에서 진짜 '범인'을 정확히 지목하고, 그 죄를 명백히 입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코흐의 위대함은 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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