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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건강기능식품

1 - 비타민의 발견, 쌀겨와 레몬에 숨겨진 생명의 암호를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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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과학계는 루이 파스퇴르가 증명한 '세균설'의 눈부신 빛 아래 있었습니다. 모든 끔찍한 질병 뒤에는 반드시 그것을 일으키는 '병원균'이라는 악당이 존재한다고 믿었죠. 하지만 인류를 괴롭혔던 오랜 미스터리 중에는 세균이라는 용의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수개월간 망망대해를 항해한 선원들의 잇몸이 무너져 내리고 온몸에 보라색 반점이 피어나는 '괴혈병', 아시아의 수많은 병사들과 시민들을 신경마비로 쓰러뜨렸던 '각기병'. 이 병들은 전염되지도 않았고, 현미경으로 아무리 들여다봐도 특정 세균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유령이 저지른 범죄와도 같았죠.

 

과학자들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질병이란 무언가 '나쁜 것'이 몸에 들어와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필수적인 무언가'가 몸에 없어서 생길 수도 있다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가능성을 말입니다.

 

이것은 그 '보이지 않는 범인', 즉 비타민의 존재를 처음으로 추적해 나간 위대한 탐정들의 이야기입니다.

1. 사건 파일 1: 바다의 재앙, 괴혈병과 레몬의 마법 🍋

수백 년간 대항해시대의 선원들에게는 상어보다, 폭풍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괴혈병(Scurvy)'입니다. 몇 달간의 항해 끝에 선원들은 무기력해지고, 잇몸에서 피를 흘리며 이가 빠지고, 결국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1747년, 스코틀랜드 해군 군의관이었던 제임스 린드(James Lind)는 인류 최초의 임상 시험이라 불리는 위대한 실험을 설계합니다. 그는 괴혈병에 걸린 12명의 선원을 두 명씩 6개 그룹으로 나누어, 똑같은 식사를 주면서 각 그룹에 서로 다른 '치료제'를 추가로 제공했습니다. 사이다, 황산, 식초, 바닷물... 그리고 마지막 그룹에게는 오렌지와 레몬을 주었죠.

 

결과는 극적이었습니다. 오렌지와 레몬을 먹은 두 명의 선원은 단 6일 만에 놀랍도록 회복하여 다시 갑판 위를 걸을 수 있었습니다! 린드는 감귤류 과일 속에 괴혈병을 막는 미지의 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지만, 그의 발견은 영국 해군에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50년이라는 세월이 더 걸렸습니다. 첫 번째 단서는 확보되었지만, 그 물질의 정체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었습니다.

 

2. 사건 파일 2: 아시아의 저주, 각기병과 닭장의 힌트 🐔

19세기 후반, 네덜란드령 동인도(현재의 인도네시아)에서는 '각기병(Beriberi)'이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휩쓸고 있었습니다. 다리의 힘이 빠지고, 심장이 부풀어 오르며, 결국 신경계가 마비되어 죽음에 이르는 끔찍한 병이었습니다.

 

1890년, 군의관이었던 크리스티안 에이크만(Christiaan Eijkman)은 이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는 세균 감염을 의심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병원 마당의 닭들이 각기병 환자와 똑같이 다리를 절고 비틀거리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탐문 끝에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몇 달 전, 새로운 요리사가 부임하면서 닭 모이로 주던 값싼 현미(unpolished rice) 대신, 병원 환자들이 먹다 남긴 깨끗한 백미(polished rice)를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그 요리사가 그만두고 닭 모이가 다시 현미로 바뀌자, 닭들은 거짓말처럼 회복되었습니다.

에이크만은 이 현상을 보고, '백미에는 신경에 해로운 독소가 있고, 쌀겨에는 그 독을 중화시키는 해독제가 있다'는 가설을 세웁니다. 그는 여전히 '나쁜 무언가'의 존재를 의심했지만, 진실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었습니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그의 동료 게리트 그린스(Gerrit Grijn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백미에는 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를 보호하는 '필수적인 어떤 물질'이 그냥 없는 것이다"라는, 시대를 앞서간 정확한 결론을 내립니다. '없는 것'이 병의 원인이라는 개념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3. 사건의 종결: 카지미르 풍크, '생명의 아민'을 명명하다 命名

런던의 리스터 연구소에 있던 폴란드 출신의 생화학자 카지미르 풍크(Casimir Funk)는 에이크만과 그린스의 연구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그는 쌀겨 속에 숨어있는 그 '필수 물질'을 화학적으로 분리해내는 데 마침내 성공합니다.

 

1912년, 그는 자신이 분리한 물질에 질소를 포함한 '아민(Amine)' 그룹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것이 생명(Vital)에 필수적이라는 의미를 더해 "Vitamine (바이타민)" 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비록 나중에 발견된 다른 비타민들은 아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철자 'e'가 빠지게 되지만, '생명에 필수적인 미량의 유기물'이라는 위대한 개념, '비타민(Vitamin)'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4. 결론: 위대한 탐정들의 유산 ✨

괴혈병과 각기병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한 탐정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그들은 기존의 상식(세균설)에 얽매이지 않고, 눈앞의 관찰(레몬을 먹고 회복하는 선원, 쌀겨를 먹고 살아나는 닭)을 믿었습니다.

 

그들의 끈질긴 추적 덕분에 인류는 질병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압니다. 건강을 지키는 것은 나쁜 것을 피하는 것만큼이나,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꾸준히 채워주는 것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자, 이제 유령 같았던 범인의 이름이 '비타민'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비타민의 정확한 정체는 무엇이며, 대체 어떤 원리로 우리 몸속에서 일하는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현미경을 들고 이 위대한 분자의 본질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질문: 오늘 등장한 비타민 탐정들의 이야기 중, 어떤 사건이 더 인상 깊었나요? 제임스 린드의 논리적인 해상 실험인가요, 아니면 크리스티안 에이크만의 우연한 닭장 속 관찰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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