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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56편: 은행잎 추출물은 정말 기억력을 개선할까? (뇌 보호 효과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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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코"

지난 55편에서 우리는 은행잎 추출물(징코 빌로바)이 '플라보노이드'와 '테르페노이드'라는 두 개의 핵심 무기를 사용해, 뇌의 가장 가느다란 모세혈관까지 혈류를 증가시킨다는 놀라운 메커니즘을 확인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뇌로 가는 '연료(산소와 포도당)' 공급이 원활해지니, 당연히 뇌 기능, 즉 '기억력'과 '인지 능력'도 좋아져야 마땅합니다.

이 가설은 '혈관성 치매(뇌 혈류 저하로 인한 인지 기능 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서 실제로 어느 정도 입증되었습니다. 뇌가 '굶주린' 상태에서 연료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니 기능이 회복된 것이죠. 하지만 이 논리를 건강한 사람, 혹은 노화로 인한 알츠하이머병 예방에까지 적용할 수 있을까요?

오늘 우리는 이 징코의 '기억력 개선' 효과에 대한 가장 크고 중요한 과학적 증거들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수많은 긍정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거대한 연구 끝에 '효과 없음'이라는 냉정한 결론을 내렸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 상반된 결과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 진실을 탐구해 보겠습니다.

1. 가설 1: '혈관성' 인지 장애 개선 (가장 강력한 증거) 🧠

징코의 '기억력 개선' 효과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일관된 증거는 '혈관성 인지 장애' 또는 '초기 혈관성 치매' 환자들에게서 나옵니다. 이 질환은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리, 뇌의 미세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뇌세포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55편에서 배운 징코의 핵심 기능(혈관 확장, 혈류 개선)은 바로 이 문제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해결합니다. 뇌의 좁아진 '골목길'을 넓혀주고, 끈적한 '차량(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굶주린' 뇌세포에 다시 산소와 포도당을 공급해주는 것이죠.

수많은 임상 연구, 특히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들은 표준화된 징코 추출물(EGb 761)이 이러한 혈관성 인지 장애 환자들의 기억력, 집중력, 삶의 질을 위약(가짜 약)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시켰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이미 '고장 난' 혈류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2. 가설 2: 뇌세포를 직접 보호하는 '신경 보호' 효과 🛡️

징코의 작용이 단순히 '배관공'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는 증거들도 있습니다. 징코의 두 핵심 성분은 뇌세포 자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 플라보노이드 (항산화): 뇌는 우리 몸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장기이며, 그 대가로 막대한 양의 '활성산소'를 생성합니다. 징코의 플라보노이드는 이 활성산소로부터 뇌세포(뉴런)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항산화 방패' 역할을 합니다.
  • 테르페노이드 (빌로발라이드): 징코의 또 다른 성분인 '빌로발라이드'는 뇌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하고, 과도한 신경 흥분(글루타메이트 독성)으로부터 뇌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는 '신경 보호(Neuroprotection)'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험실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이 가설들에 따르면, 징코는 단순히 혈류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뇌세포가 더 건강하게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돕는다는 것입니다.

3. 냉정한 현실: 건강한 뇌에는 효과가 없는 이유 🤷‍♂️

이러한 강력한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징코가 기억력을 좋게 한다"는 명제는 큰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특히 '건강한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그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장 나지 않은 기계에 기름칠하기]

비유하자면, 건강한 뇌는 이미 혈류 시스템이 '최적화'된 상태입니다. 뇌는 스스로 혈류를 정교하게 조절하여 필요한 만큼의 산소와 포도당을 공급받고 있죠. 이처럼 '고장 나지 않은' 시스템에 징코라는 '윤활유'를 추가로 붓는다고 해서, 기계의 성능(기억력)이 그 이상으로 향상되지는 않는 것입니다.

징코는 '정상'을 '초월'하게 만드는 '스마트 드러그(Smart Drug)'가 아니라,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 보조제'에 가깝습니다. 이 때문에 시험공부를 하는 건강한 학생들에게 징코가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 것입니다.

4. 세기의 재판: 3,000명 대상 6년 추적, GEM 연구의 충격적 결론 🏛️

징코 연구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중요했던 연구는 2008년에 발표된 'GEM (Ginkgo Evaluation of Memory) 연구'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막대한 자금으로, 75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 3,069명을 대상으로 무려 6년 이상 추적 관찰한, 최고 수준의 임상시험이었죠.

연구의 목적은 단 하나였습니다: "징코(EGb 761, 하루 240mg)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노년기의 치매(알츠하이머병 포함)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가?"

6년간의 추적 끝에 나온 결론은 명확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GEM 연구 결론: 징코 추출물은 위약(가짜 약)과 비교하여,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병의 발생률을 전혀 낮추지 못했다. 또한, 연령에 따른 정상적인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도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 연구는 '건강한' 노인이 치매 '예방' 목적으로 징코를 먹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징코의 명성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 연구는 '치료'가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췄고, '혈관성' 치매가 아닌 '알츠하이머'가 주된 대상이었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5. 결론: 징코는 '스마트 드러그'가 아닌 '혈류 보조제'이다 ✨

오늘 우리는 징코의 '기억력 개선' 효과에 대한 복잡한 과학적 증거들을 모두 탐험했습니다. 결론은 무엇일까요?

징코는 건강한 사람이 더 똑똑해지기 위해 먹는 '스마트 드러그'가 아닙니다. 징코의 핵심 가치는 뇌 혈류가 이미 저하되기 시작하여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초기 혈관성 인지 장애)에게 '혈류 개선'과 '신경 보호'라는 두 가지 무기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보조'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젊고 건강한데 단지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징코는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뇌 혈류 저하가 걱정되거나, 이명, 현기증 등 말초 순환 장애를 겪고 있다면, 징코는 여전히 고려해볼 만한 강력한 '혈행 지원군'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혈관과 뇌세포막의 또 다른 중요한 구성 성분, '레시틴'의 세계를 탐험해 보겠습니다.

질문: 징코가 건강한 사람의 치매 예방에는 효과가 없었다는 대규모(GEM) 연구 결과에 놀라셨나요? 징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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