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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기억을 잃어 기억의 비밀을 알려준 남자, '헨리 몰레이슨(H.M.)'의 모든 것 (해마, 기억의 종류와 뇌 기능 연구의 윤리 초정밀 해부) 1953년, 27세의 청년 헨리 몰레이슨(Henry Molaison, 학계에서는 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오랫동안 'H.M.'이라는 약자로 불렀습니다)은 끔찍한 간질 발작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어린 시절 자전거 사고 이후 시작된 발작은 어떤 약으로도 조절되지 않았고, 그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당시로서는 매우 실험적이고 위험한 뇌 수술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의사는 발작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뇌의 깊숙한 곳, 양쪽 측두엽의 안쪽 부분을 절제했습니다. 수술은 간질을 치료하는 데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끔찍했습니다. 수술 후 깨어난 H.M.은 더 이상 '새로운 장기 기억'을 만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수술 직전까지의 과거 기억(어린 시절, 부모님 등)은 대부분 유지했지만, 수.. 더보기
기억의 암살자, '스트레스'의 모든 것 (코르티솔, 해마 위축과 기억력 감퇴의 신경과학적 원리 초정 밀 해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린 후 건망증이 심해지는 느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Stress)'가 우리의 기억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단순한 심리적 위축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는 우리 뇌의 기억 중추에 직접적인 '생물학적 공격'을 가하여,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하는 신경 회로 자체를 물리적으로 손상시키는, 측정 가능한 신경과학적 사건입니다. 물론, 모든 스트레스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발표 직전의 적절한 긴장감과 같은 '급성 스트레스'는 오히려 집중력과 기억력을 잠시 향상시키는 '각성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진짜 문제는,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만성 스트레스'입니다. 끝나지 않는 업무 압박, 인간관.. 더보기
뇌가 빚어내는 4차원, '시간 인식'의 모든 것 (내부 시계, 기억과 감정이 시간을 왜곡하는 원리 초정밀 해부) "시간은 돈이다",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우리는 매 순간 '시간' 속에서 살아가며 그 흐름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시계처럼 똑딱거리며 초, 분, 시를 재는 단 하나의 '시간 감각 기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약속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음악의 리듬을 느끼며,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계획합니다. 그렇다면,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이 추상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을, 우리의 뇌는 과연 어떻게 느끼고, 측정하며, 때로는 고무줄처럼 늘리거나 줄이는 것일까요? 시간 인식(Time Perception)은 우리 뇌가 수행하는 가장 복잡하고 신비로운 기능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단일한 감각이 아니라, 기억, 주의력, 감정, 그리고 신.. 더보기
기억의 지름길, '후각'의 모든 것 (후각상피, 냄새 분자와 감정의 뇌를 잇는 비밀 경로 초정밀 해부) 갓 구운 빵 냄새에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엌이 떠오르고, 비 온 뒤 흙냄새에 시골 할머니 댁의 추억이 스치며, 잊고 지냈던 옛 연인의 향수 냄새에 갑자기 가슴이 아련해지는 경험. 수많은 감각 중에서 유독 '냄새(Smell)'만큼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 없이, 순식간에 과거의 특정 순간과 감정을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감각은 없습니다. 후각은 단순히 냄새를 맡는 기능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뇌로 직접 연결된 비밀스러운 '타임머신'이자 '기억의 지름길'입니다. 다른 모든 감각(시각, 청각, 촉각, 미각) 정보는 뇌의 '중앙 환승역'인 시상을 거쳐 이성적인 대뇌피질로 보내져 분석되는 반면, 후각 정보만은 이 과정을 건너뛰고 기억의 중추인 '해마(Hippocampus)'와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Amygdala)'..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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