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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89편: 우리 뇌의 브레이크, 가바(GABA)가 부족할 때 벌어지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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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의 브레이크, 가바(GABA)

우리의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들이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거대한 회로입니다. 이 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신호를 보내는 '가속 페달(Excitation)'과 신호를 멈추는 '브레이크(Inhibition)'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만약 가속 페달만 있고 브레이크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뇌는 폭주하는 생각과 불안감, 잠들지 못하는 각성 상태에 빠져 결국 과부하(Burnout)로 타버릴 것입니다. 바로 이 결정적인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평온의 물질' 가바가 어떻게 신경세포의 스위치를 물리적으로 'OFF' 시키는지 그 정교한 메커니즘을 탐험합니다. 가바가 부족할 때 왜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밤새 뒤척이게 되는지, 그리고 흥분의 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어떻게 평온의 물질 '가바'로 변신하는지, 그 생리학적 비밀을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뇌의 균형: 글루타메이트(ON) vs 가바(OFF)의 시소게임 ⚖️

우리 뇌의 활동은 두 가지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끊임없는 시소게임에 의해 결정됩니다.

  • 글루타메이트 (Glutamate): 뇌의 주요 흥분성(Excitatory)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기억하고, 집중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ON 스위치'입니다. (전체 시냅스의 약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 가바 (GABA): 뇌의 주요 억제성(Inhibitory) 신경전달물질입니다. 흥분한 신경을 진정시키고, 휴식하고, 잠들게 만드는 'OFF 스위치'입니다.

건강한 뇌는 낮에는 글루타메이트가 우세하여 활동하고, 밤이나 휴식 시에는 가바가 우세하여 안정을 취합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만성 스트레스는 이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스트레스는 글루타메이트를 과도하게 분비시키고 가바 시스템을 무력화하여, 뇌가 24시간 '꺼지지 않는 과각성(Hyperarousal) 상태'에 갇히게 만듭니다.

2. 핵심 메커니즘: 신경세포를 '잠재우는' 염소 이온의 비밀 🔒

가바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신경세포를 끄는 걸까요? 그 비밀은 세포막에 있는 '이온 채널'의 물리학에 있습니다.

[메커니즘: 문을 열고 찬물을 끼얹다]

신경세포가 '흥분'한다는 것은, 세포 안으로 나트륨(Na⁺) 같은 양(+)전하를 띤 이온이 들어와 '전기 스파크(활동 전위)'가 튀는 것입니다.

가바(GABA)가 신경세포 표면의 'GABA 수용체'에 결합하면, 수용체 중앙의 통로가 열리면서 세포 밖의 '염소 이온(Chloride, Cl⁻)'이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염소 이온은 음(-)전하를 띠고 있습니다. 이 음전하들이 세포 내부를 가득 채우면, 세포 내부는 전기적으로 더욱 '안정된(과분극, Hyperpolarization)'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외부에서 아무리 자극(글루타메이트)이 와도 전기 스파크가 튀지 않게 됩니다. 즉, 가바는 뜨겁게 달아오른 신경세포에 차가운 물(염소 이온)을 끼얹어 강제로 식히고, 점화 플러그를 뽑아버리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3. 가바 결핍의 증상: 불안, 불면, 그리고 장(Gut)의 문제 😰

가바 시스템이 고장 나면 우리 뇌의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와 같습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게 되죠. 이는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 불안 및 공황: 사소한 걱정이 멈추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Overthinking),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등 신체적 불안 증상까지 나타납니다.
  • 불면증: 몸은 피곤한데 뇌가 깨어있는 상태가 지속됩니다.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입면 장애), 자다가 자꾸 깨는(수면 유지 장애) 현상이 나타납니다.
  • 과민성 대장 증후군 (IBS): 뇌와 장은 연결되어 있습니다(장-뇌 축). 뇌의 과도한 흥분 신호가 장 신경계(ENS)로 전달되면, 장이 예민하게 반응하여 복통과 설사를 유발합니다.
  • 만성 통증: 가바는 통증 신호를 억제하는 역할도 합니다. 가바가 부족하면 같은 자극에도 통증을 더 심하고 예민하게 느끼게 됩니다.
현대 의학에서 사용하는 수면제(졸피뎀 등)나 항불안제(벤조디아제핀 계열)의 대부분은 바로 이 GABA 수용체에 작용하여 가바의 효과를 강제로 증폭시키는 약물들입니다. 그만큼 가바가 진정과 수면에 결정적이라는 반증입니다.

4. 가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글루타민과 비타민 B6) 🏭

흥미롭게도, 진정의 물질 '가바'는 흥분의 물질 '글루타메이트'로부터 만들어집니다. (또는 34편에서 배운 '글루타민'이 글루타메이트로 변한 뒤 가바가 됩니다.)

글루타민 → 글루타메이트 → (GAD 효소 + 비타민 B6) → 가바(GABA)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GAD(Glutamic Acid Decarboxylase)'라는 변환 효소입니다. 이 효소가 글루타메이트를 가바로 변환시켜주는데, 이때 반드시 필요한 '조효소'가 바로 '비타민 B6(피리독신)'입니다.

만약 비타민 B6가 부족하면 이 변환 공장이 멈춰버립니다. 그 결과, 뇌에는 흥분성 물질인 글루타메이트만 쌓이고 진정성 물질인 가바는 부족해지는 최악의 '이중고(Excitotoxicity)'를 겪게 됩니다. 이는 신경 과민과 발작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마그네슘 역시 이 과정을 돕는 중요한 미네랄입니다.)

5. 결론: 멈춤의 미학, 휴식을 위한 필수 조건 ✨

오늘 우리는 가바(GABA)가 단순한 영양소가 아니라, 폭주하는 뇌를 멈추게 하고 진정한 휴식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뇌의 '필수 안전장치'임을 확인했습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달릴 수 없듯이, 가바 없는 뇌는 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논쟁이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가바 보충제를 먹으면 뇌의 가바 수치가 올라갈까?" 많은 과학자들은 외부에서 섭취한 가바가 뇌의 방어벽인 '혈뇌장벽(BBB)'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시중에 팔리는 가바 영양제들은 다 효과가 없는 걸까요?

다음 90편에서는 이 뜨거운 '혈뇌장벽 논쟁'의 진실과, 먹는 가바가 '장-뇌 축'을 통해 어떻게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 숨겨진 경로를 탐험해 보겠습니다.

질문: 오늘 가바의 작용 원리 중 어떤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나요? 뇌세포에 '염소 이온(음전하)'을 채워 강제로 끈다는 메커니즘인가요, 아니면 흥분의 물질(글루타메이트)이 변해서 안정을 주는 물질(가바)이 된다는 반전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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