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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 하나로 지구를 재다! 2200년 전 천재, '에라토스테네스'의 위대한 계산 (그 원리와 현대 기술에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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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밤, 스마트폰 GPS로 내 위치를 1미터 오차로 확인하는 시대. 우리는 인공위성이 보내는 정교한 신호와 슈퍼컴퓨터의 복잡한 계산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것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모든 첨단 기술 없이, 오직 막대기 하나와 당신의 두뇌만으로 지구의 크기를 잴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것은 공상 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2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한 위대한 학자는 바로 이 믿기 힘든 일을 실제로 해냈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그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의 둘레를 거의 정확하게 측정해낸, 시대를 초월한 천재였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바로 이 에라토스테네스의 위대한 계산이 어떤 원리로 가능했는지, 그 기발하고도 논리적인 사고의 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 따라가 보겠습니다. 더 나아가 그의 발견이 오늘날 GPS와 같은 최첨단 기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은 인간 이성의 위대함과 과학적 사고의 아름다움에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1. 위대한 천재, 에라토스테네스는 누구인가? ('베타'라 불린 사나이) 🏛️

에라토스테네스(기원전 약 276년 ~ 194년)의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그가 활동했던 무대를 알아야 합니다. 바로 고대 세계 지식의 중심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Great Library of Alexandria)입니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했던 이 도서관은 전 세계의 모든 책을 수집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수십만 권의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소장하고 있던 당대 최고의 학문 연구 기관이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바로 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3대 관장을 지낸, 당대 최고의 석학이었죠.

 

1.1. 만능 재주꾼, '펜타슬로스'와 별명 '베타(β)'의 비밀

그는 수학, 천문학, 지리학, 역사, 문학 비평, 시 등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는 만능 지식인, 즉 '폴리매스(Polymath)'였습니다. 그래서 고대 올림픽의 5종 경기 선수를 의미하는 '펜타슬로스(Pentathlos)'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Story: 2인자의 설움? 혹은 위대한 찬사?

 

에라토스테네스에게는 '베타(Beta)'라는 또 다른 유명한 별명이 있었습니다.

 

베타는 그리스 알파벳의 두 번째 글자죠. 그의 라이벌이었던 학자들은 "에라토스테네스는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긴 하지만, 그 어떤 분야에서도 최고(알파, α)는 아니고 항상 2인자에 머문다"는 의미로 그를 '베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질투 섞인 조롱처럼 들릴 수도 있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별명은 그가 얼마나 다방면에 걸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위대한 학자였는지를 증명합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보다, 여러 학문 분야에서 '세계 2위'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학문을 넘나드는 그의 통합적인 사고방식이야말로, 지구 둘레 측정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는 소수의 소수를 찾아내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라는 알고리즘을 고안한 수학자였고,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를 거의 정확하게 계산해낸 천문학자였으며, 위도와 경도 개념을 사용하여 세계 지도를 제작한 '지리학의 아버지'이기도 했습니다.

 

2. 계산을 위한 3가지 위대한 '가정' (거인의 어깨 위에서) 🔭

에라토스테네스의 계산은 결코 마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전 시대 학자들이 쌓아 올린 지식과, 몇 가지 핵심적인 논리적 가정(Assumption) 위에서 이루어진, 과학적 사고의 결정체였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3가지 천재적 가정
  1. 가정 ①: "지구는 완벽한 구(球) 형태이다."
    그는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선배 철학자들이 제시한 증거들(월식 때 달에 비친 지구 그림자, 멀어지는 배의 모습 등)을 바탕으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깔고 계산을 시작했습니다.
  2. 가정 ②: "태양은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은 모두 평행하다."
    이것이 그의 계산에서 가장 중요한 기하학적 핵심입니다! 태양이 너무나도 멀리 있기 때문에, 지구상의 어느 곳에 내리쬐는 햇빛이든 모두 서로 나란한 평행선으로 들어온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가까운 촛불은 빛이 사방으로 퍼지지만, 아주 먼 등대의 빛은 평행하게 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3. 가정 ③: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는 동일한 경도상에 있다."
    그는 자신이 있는 알렉산드리아가, 실험의 기준점이 되는 시에네(오늘날의 아스완)라는 도시의 정북쪽에 위치한다고 가정했습니다. 실제로는 약 3도 정도의 경도 차이가 있었지만, 이 정도의 오차는 당시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 위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그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실험을 설계합니다.

 

3. 세기의 실험: 막대기, 우물, 그리고 태양 (계산 과정 상세 해부) ✍️

자, 이제부터 2200년 전 에라토스테네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의 사고 과정을 한 단계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3.1. 1단계: 시에네(Syene)에서의 놀라운 관찰

에라토스테네스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수많은 책들을 읽다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바로 남쪽 지방의 도시 '시에네'에서는 '하지(夏至, Summer Solstice) 날 정오가 되면, 깊은 우물 바닥까지 햇빛이 그대로 비친다'는 기록이었습니다.

 

또한, 땅에 수직으로 세운 막대기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다고도 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그 순간, 그 장소에서는 태양이 정확히 머리 위(천정)에 위치하여, 햇빛이 지면과 90도 각도로 수직으로 내리쬐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3.2. 2단계: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서의 측정

에라토스테네스는 기발한 생각을 합니다.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같은 시간 알렉산드리아에서도 막대기 그림자가 없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지구가 둥글다면, 분명히 그림자가 생길 것이다!" 그는 다음 해 하짓날 정오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자신이 있는 알렉산드리아에 막대기(그노몬)를 수직으로 세우고 그 그림자의 길이를 측정했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시에네에서는 그림자가 없는 바로 그 시각에, 알렉산드리아의 막대기는 뚜렷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3.3. 3단계: 각도 계산과 기하학적 통찰 (유레카!)

이제 그는 간단한 기하학을 이용하여 막대기와 그림자가 이루는 각도를 계산했고, 햇빛이 수직선에 대해 **약 7.2도**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천재성이 폭발합니다!

 

그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한 두 직선을 가로지르는 한 직선이 있을 때, 엇각의 크기는 서로 같다"는 원리를 떠올렸습니다.

 

💡 꿀팁! 에라토스테네스의 생각 과정 시각화하기

1. 시에네로 들어오는 햇빛(A)과 알렉산드리아로 들어오는 햇빛(B)은 평행합니다 (가정 ②).
2. 시에네의 우물은 지구 중심을 향해 수직으로 뚫려있고, 알렉산드리아의 막대기도 지구 중심을 향해 수직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3. 알렉산드리아에서 햇빛(B)과 막대기 사이의 각도가 7.2도라면, 엇각 원리에 따라 지구 중심에서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를 연결한 선이 이루는 중심각 또한 7.2도가 됩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사이의 거리가, 지구 전체 둘레(360도)의 7.2도에 해당한다는 엄청난 발견이었습니다! 7.2도는 360도의 정확히 1/50 입니다. 이제 지구 전체 둘레를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도시 사이의 실제 거리뿐이었습니다.

3.4. 4단계: 거리 측정과 위대한 최종 계산

에라토스테네스는 전문 보행 측량사인 '베마티스트(Bematist)'를 고용했거나, 혹은 당시 대상(카라반)들의 무역 기록을 참조하여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사이의 거리가 약 5,000 스타디아(Stadia)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비례식을 세웠습니다.

 

7.2º : 360º = 5,000 스타디아 : x (지구 둘레)

 

이를 계산하면, x = 5,000 × (360 / 7.2) = 5,000 × 50 = 250,000 스타디아 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옵니다! 당시 '1 스타디온'이 정확히 몇 미터였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85m 정도로 계산하면 약 46,250km가 됩니다.

 

이는 실제 지구 둘레인 약 40,009km와 비교했을 때, 오차가 약 15% 정도에 불과한, 그 시대를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한 값이었습니다!

 

4. 위대한 발견, 그 이후의 이야기 (수천 년을 이어진 지식의 여정) 🗺️

에라토스테네스의 이 위대한 발견은 당시 지중해 세계의 지식인 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받아들여졌습니다.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동시대의 과학자들도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으며, 후대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 역시 그의 계산을 바탕으로 세계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유럽이 중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과학적 지식들은 서유럽 세계에서 상당 부분 잊히게 됩니다. (물론 이 지식들은 이슬람 세계에서 잘 보존되고 더욱 발전하여, 훗날 르네상스 시기 유럽에 다시 전해지게 됩니다.)

 

흥미로운 사실: "콜럼버스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과 싸웠다?" - 역사적 오해!

우리는 흔히 콜럼버스가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던 무지한 중세 사람들을 설득하여 항해를 떠났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 19세기 작가들이 만들어낸 극적인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당시 학식 있는 유럽인들은 대부분 고대 그리스의 지식을 이어받아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콜럼버스와 스페인 왕실 학자들의 진짜 논쟁은 '지구의 모양'이 아니라 '지구의 크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콜럼버스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정확한 계산 대신, 지구를 훨씬 더 작게 계산했던 다른 학자의 데이터를 믿었기 때문에, 서쪽으로 조금만 항해하면 인도에 닿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죠!

 

5. 에라토스테네스의 유산과 현대 기술 (GPS의 탄생) 🛰️

에라토스테네스의 위대한 계산은 단순히 '지구가 크고 둥글다'는 사실을 숫자로 증명한 것을 넘어, 후대의 과학과 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핵심 원리, 즉 기하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지구의 크기와 형태를 측정하고 이해하려는 학문을 바로 '측지학(Geodesy)'이라고 하며, 그는 '측지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고대의 지혜는 오늘날 최첨단 기술의 심장부에서 여전히 뛰고 있습니다.

GPS: 2200년의 지혜가 담긴 인공 별자리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바로 에라토스테네스의 원리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최고의 사례입니다. GPS는 지구 궤도를 도는 수십 개의 인공위성이 보내는 정밀한 시간 신호를 수신하여, 위성과 나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이를 통해 나의 정확한 위치를 삼각 측량법으로 알아내는 시스템입니다.

 

이 모든 계산이 정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GPS 시스템이 지구의 정확한 크기, 둥글다 못해 살짝 찌그러진 타원체 모양, 그리고 위치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중력의 분포 등을 담은 극도로 정밀한 '지구 모델(WGS84 등)'을 기반으로 해야만 합니다. 즉, 에라토스테네스가 처음으로 정량화하려 했던 바로 그 지구의 기하학적 정보가 없다면, 우리 손안의 GPS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죠!

GPS 외에도, 대륙 간을 운항하는 비행기와 선박의 항법 시스템, 전 세계의 지도를 만드는 지도 제작술(Cartography), 그리고 대륙을 잇는 긴 다리나 해저 터널을 건설하는 대규모 토목 공학 등, 지구의 둥근 형태를 고려해야 하는 모든 현대 기술은 에라토스테네스의 위대한 통찰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6. 결론: '왜?'라는 질문이 가진 위대한 힘 ✨

지금까지 우리는 막대기 하나로 지구의 크기를 잰 위대한 천재, 에라토스테네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그것은 바로, 인류의 위대한 발견은 거창한 장비나 막대한 자본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일상 속 현상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예리한 '관찰력', 당연한 것에 "왜?"라고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여 논리적으로 파고드는 '이성적인 사고'에서 비롯됩니다.

 

에라토스테네스에게는 인공위성도, 슈퍼컴퓨터도 없었습니다. 오직 막대기와 그림자, 그리고 "왜 시에네의 우물에는 그림자가 없을까?" 라는 그 순수한 질문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 작은 질문 하나가 인류가 스스로가 사는 세상의 크기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만든 위대한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 주변의 당연한 것들에 대해 새로운 '왜?'를 던져보는 즐거움을 느끼고, 인간 이성의 위대함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탐험하는 여러분의 빛나는 호기심과 논리적인 사고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질문: 오늘 에라토스테네스의 이야기 중 어떤 부분이 가장 놀랍고 인상 깊었나요? 혹은, 만약 여러분이 고대 그리스로 돌아간다면, 어떤 도구를 이용해 세상의 비밀을 풀어보고 싶으신가요? 여러분의 기발한 상상력을 댓글로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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